사랑해요, 할머니들
외할머니 집에는 두 명의 할머니가 살고 있어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할머니 두 명은 같이 살았대요. 할머니들은 나이가 동갑이에요. 두 할머니는 해와 달만큼 다르게 생겼지만, 그래도 둘은 무척 친해요. 우리는 외할머니를 그냥 할머니, 다른 할머니를 친근하게 작은 할머니라고 불러요.
매주 토요일, 엄마와 나는 할머니 집에 놀러 가요. 우리가 할머니 집 문을 열기도 전에 두 할머니는 항상 현관 앞에 서 있어요. 엄마와 내가 온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언제나 괜찮다는 할머니가 안 괜찮아졌어요. 이젠 점점 거북이처럼 느려지기 시작해서 내가 할머니를 부르고 한참을 기다려도 문이 안 열려요. 그래도 변함없는 건 나를 좋아하는 할머니들 마음이에요.
언제나 함께일 것만 같던 건강했던 할머니가 하루하루 쇄약해지더니, 어느 순간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게 됩니다. 그리고 정신마저 흐릿해져 너무나 사랑했던 가족들 얼굴마저 하나하나 잊어 갑니다. 딸과 손녀는 이런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지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곁에서 손을 잡아 주는 일 뿐입니다.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할 수 없는 헤어짐의 시간,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수 있을까요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에서는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헤어짐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할머니와 손녀, 그리고 또 한 명의 할머니. 손녀에게 할머니들은 때로는 엄마이고 때로는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언제나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되고, 남은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손녀와 두 할머니의 헤어짐을 통해 항상 곁에 있어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할머니와 작은 할머니
산책은 즐거워
만날 괜찮대
가슴이 답답해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
글 김형진
KBS 어린이 프로그램 ‘꼬꼬마 텔레토비’, ‘엄마와 함께 동화 나라로’ 등을 연출했고, 동화책 《몽당분교 올림픽》 등을 썼습니다. 현재 KBS미디어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사람들끼리 경쟁하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셀수스협동조합(www.celsus.org)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최지영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어린이들이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치킨이 온다, 치킨 쿠폰!》, 《초등학생을 위한 부처님 이야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성공한 사람들의 경제 습관》, 《내 친구는 특별해》, 《왜 갯벌이 오염되면 안 되나요?》, 《더러운 게 어때서?》 등이 있습니다.